2013 신춘문예 당선시 2013년 신춘문예 당선시 쏘가리, 호랑이 / 이정훈 나는 가끔 생각한다범들이 강물 속에 살고 있는 거라고범이 되고 싶었던 큰아버지는 얼룩얼룩한 가죽에 쇠촉 자국만 남아집으로 돌아오진 못하고 병창[i] 아래 엎드려 있는 거라고할애비는 밤마다 마당귀를 단단히 여몄다아버지는 굴속 .. 시린, 푸른, 아린 가시들(좋은시) 2013.01.12
거미줄 동네/ 박광희 거미줄동네 / 박광희 뿌리 같은, 오래된 골목이 줄에 걸려 바동거린다 나지막한 지붕들이 이마를 맞댄 좁다른 풍경 TV 안테나선, 전깃줄, 빨랫줄들이 하늘을 묶은 제각각의 각도를 가진 도형들로 골목은 늘 무겁다 낡은 시간을 매단 전봇대, 습한 담벼락에 숨어있던 표적들이 나타날 때마.. 시린, 푸른, 아린 가시들(좋은시) 2012.12.31
편지들의 이스파한/ 안웅선 편지들의 이스파한* / 안웅선 <제 4회 세계의 문학 신인상> 그러니까, 눈동자를 채워 넣어야 한다면 이스파한 이라고, 부신 눈이 감길 때 세계의 절반이 보인다고, 바랜 길들이 모인 곳, 하늘을 찢어 담을 올리고 훈증한 장미를 바른 집이라고, 주소를 알 수 있다면 낡고 흠집 난 트렁크.. 시린, 푸른, 아린 가시들(좋은시) 2012.12.31
고사목/김경숙 고사목 고경숙 (한라 일보 신춘문예당선작) 연대기를 알 수 없는 검은 책이다 먼 시간을 집대성한 페이지를 넘기면 불탄 새의 발자국이 떠도는 바람의 유적지 막다를 길에서 시간은 일어선다. 이마에 대지 구름 걸쳐놓고 진눈개비를 맞는 산 박제된 새소리가 나이테를 안고 풍장에 든 까.. 시린, 푸른, 아린 가시들(좋은시) 2012.02.24
2012년 신춘문예 당선시 한국일보 월면 채굴기 / 류성훈 몸 누일 곳을 모의하러 온 새 몇 마리가 소독된 달 표면을 마름질했다 실외흡연구역의 담뱃불이 바람 안쪽에 수술 선을 그었을 때 세 번째 옮긴 병원에서도 아버지의 머릿속 돌멩이는 깨지지 않아 한 몸 추슬러 가던 길들만 허청거렸다 온 세상이 앓으면 .. 시린, 푸른, 아린 가시들(좋은시) 2012.02.24
[스크랩] 2011 신춘문예당선시 201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_ 권민경/ 오늘의 운세 나는 어제까지 살아 있는 사람 오늘부터 삶이 시작되었다 할머니들의 두 개의 무덤을 넘어 마지막 날이 예고된 마야 달력처럼 뚝 끊어진 길을 건너 돌아오지 않을 숲 속엔 정수리에서 솟아난 나무가 가지를 뻗고 꽃을 피우고 수많은.. 시린, 푸른, 아린 가시들(좋은시) 2012.02.24
2010년 신춘문예 당선시 문화일보 당선작-강윤미 골목은 동굴이다 늘 겨울 같았다 일정한 온도와 습도가 유지 되었다 누군가 한 사람만 익숙해진 것은 아니었다 공용화장실이 있는 방부터 베란다가 있는 곳까지,오리온 자리의 1등성부터 5등성이 동시에 반짝거렸다 없는 것 빼고 다 있다는 표현처럼 구멍가게는 진부했다 속.. 시린, 푸른, 아린 가시들(좋은시) 2010.04.10
2009년 신춘문예 당선 시 [2009 신춘문예] 동아일보 시 당선작 술빵 냄새의 시간 -김은주 컹컹 우는 한낮의 햇빛, 달래며 실업수당 받으러 가는 길 을지로 한복판 장교빌딩은 높기만 하고 햇빛을 과식하며 방울나무 즐비한 방울나무, 추억은 방울방울* 비오는 날과 흐린 날과 맑은 날 중에 어떤 걸 제일 좋아해?** 떼 지은 평일의 .. 시린, 푸른, 아린 가시들(좋은시) 2009.01.03
2008 세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너와집/박미산 갈비뼈가 하나씩 부서져 내리네요 아침마다 바삭해진 창틀을 만져보아요 지난 계절보다 쇄골 뼈가 툭 불거졌네요 어느새 처마 끝에 빈틈이 생기기 시작했나 봐요 칠만 삼천 일을 기다리고 나서야 내 몸속에 살갑게 뿌리 내렸지요, 당신은 문풍지 사이로 흘러나오던 따뜻한 온기가 사라.. 시린, 푸른, 아린 가시들(좋은시) 2008.01.20
2008년 광주일보 신춘문예 시당선작 구두 수선공/최 일 걸 그는 구두 밑창에 겹겹이 달라붙은 길들을 더듬는다 뒤엉킨 길들을 풀어놓으려는 그의 손마디가 저릿하다 시한폭탄을 해체할 때처럼 진땀나는 순간, 자칫 잘못 건드리면 길들이 한꺼번에 들고 일어서거나 뜀박질이 그의 심장을 짓밟고 지나갈 것이다 자꾸 엇박자를 놓는 길과 .. 시린, 푸른, 아린 가시들(좋은시) 2008.01.20